전 말이죠. 이 7권의 개요를 듣고 솔직히 엄청나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니, 사실 6권부터 고민했죠. 도대체 6,7권의 에피소드는 본 스토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특히 7권의 경우에는 가장 두꺼운 볼륨을 자랑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동료 1명이 추가되었다. 가 끝이라고요. 왜냐면 6권도 7권도 악역이 급조된 티가 강한, 이전의 권에서 조금도 언급되지 않았던 신들이고 악역이었으니까요. 물론 작중에서 연출을 잘 해서 악역의 몰락이, 그리고 주인공의 승리가 얼마나 값진지 설명하고는 있습니다만. 사실 잘 와닿지는 않잖아요? 새로운 세력과의 연결고리를 만든 게 아니라, 기존 세계관에 있었던 세력을 완전히 초전박살내면서 전진하니까 이야기의 흐름이 바뀔리도 없고 말이죠.
근데 말이죠. 근데....... 제가 그 뒤에 생각한 건 말입니다. 도대체 던만추의 본 스토리는 뭐냐는 겁니다. 6,7권이 본 스토리, 즉 메인 플롯과 떨어져 있다면, 당연히 메인 플롯이 있어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죠. 1~5권을 되짚어가면서요. 그리고 저는 답을 내렸습니다. 아. 던만추는 메인 플롯이 없구나.
던만추의 주인공인 벨의 목적은 만남을 가지는 겁니다. 더 나아가면 하렘을 차리는 거죠.(그런 것 치고는 숫총각) 근데. 이 녀석의 목적 사실 1권 시점에서, 아니, 1권이 되기도 전의 시점에서 이미 완성된 것 아닌가요? 이미 여자들은 충분히 만나고 있는걸요.
벨은 1권에서 자신을 덮치는 괴물을 쓰러트렸고
2권에서는 한 소녀를 위해서 던전에 내려가 싸웠고
3권에서는 던전을 내려가 자신을 덮치는 괴물을 쓰러트렸고
4권에서는 장비를 얻었으며 던전에 내려갔고
5권에서는 던전을 내려가 자신을 덮치는 괴물을 쓰러트렸고
6권에서는 자신을 노리는 신과 싸웠고
7권에서는 한 소녀를 위해서 자신을 노리는 신과 싸웠....... 아니 잠깐. 지금 단어 조합 게임 하나요?
벨이 능동적인 주인공일까요? 아니면 극도로 수동적인 주인공일까요? 분명 행적 하나하나는 벨의 의지가 있었지만 따져보면 닥친 일을 해결하는데에만 급급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벨은 구체적인 목적의식이 하나도 없어요! 던전에 내려가는 이유?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 근데 여자는 이미 충분히 만났네? 그러면 돈을 버는 게 목적인가? 그건 아니지. 그러면 파밀리아를 최고의 파밀리아로 만들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지. 그러면 계속해서 성장하는데 최강이 되기 위해서인가? 그것 역시 아니지. 그러면 던전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가 모든 일의 원흉을 파괴시키려고 하나? 그것도 아니면 3대 퀘스트 중 하나를 해결하려고 하나? 그러면 다 때려치우고 하다못해 아이즈 발렌슈타인과 대등한 입장으로 서기 위해서 수련하는 건가? 심지어 그것들도 아닙니다! 벨은 지금 아무런 목적이 없어요! 얘는 그냥 던전에 들어가서 하루 먹고 살았으면 하는 소시민이고, 아이즈는 그냥 동경의 대상이며, 던전이니 3대 퀘스트니 하는 것은 관심도 없습니다!
지금 저는 소설을 보고 있는 겁니까? 아니면 디아블로 3에서 애가 끝없는 템파밍하는 걸 보고 있는 겁니까? 소설이 그냥 딜딸이에요 딜딸! 갈수록 강해지는 주인공을 보면서 딸을 치고 있다고요!
정말 실망인데요? 3,5권에서 멋있는 성장을 이룩했으면 이후에는 더 큰 위기. 그것도 장기적이고 거대한 위기가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런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독자를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메인 플롯이 없다고요.
용서되는 점이라면 그 딜딸이 재밌다는 걸까요. 어마금은 10권동안 메인플롯이 없었다고 하죠. 뭐 일단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던만추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