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의 책에서 예시로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숨이 막힌 도베르만>은 좋은 플롯 구성의 예를 보여줍니다. 이는 구전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이야기인마냥 전해져서 전설로 취급받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의 플롯이 '바케모노가타리'의 첫번째 이야기인 '히타기 크랩'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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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장을 보고 돌아와보니 집에서 기르는 도베르만이 목에 뭔가 걸려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개를 동물병원에 맡기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조금 전 다녀온 동물병원의 수의사였다. 그는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당장 집 밖으로 나가세요!"
"무슨 일이에요?"
그녀가 깜짝 놀라 물었다.
"제 말대로 하시고 당장 옆집에 가 계세요. 곧 갈게요."
수의사는 아주머니의 질문에는 대답을 않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녀는 무슨 일인지 놀랍고 궁금했지만 수의사가 시키는 대로 이웃집으로 갔다. 그런데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경찰차 4대가 달려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집 앞에 섰다. 경찰들이 권총을 뽑아들고 차에서 내리더니 집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녀는 겁에 질린 채 밖으로 나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곧 수의사가 도착해 상황을 설명했다. 그가 도베르만의 목구멍을 검사해보니 거기에 사람 손가락 두 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도 도베르만이 도둑을 놀라게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은 곧 피 흘리는 손을 움켜쥐고 공포에 질린 채 옷장에 숨어 있던 도둑을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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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집니다. 그에 따라 '바케모노가타리' 역시 세 부분으로 나누어보겠습니다.
1.첫째 장면은 여자가 집에 돌아와 도베르만이 숨이 막혀 있는 것을 발견할 때.
바케모노가타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 아라라기 코요미는 독백으로 센죠가하라 히타기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기묘한 체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무게가 없다'는 현상이죠. '도베르만이 숨이 막혀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독자의 의문
그렇다면 왜 없을까? = 그렇다면 왜 숨이 막혔을까?
='어쨰서, 왜'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글에 몰입하게 됩니다.
이런 의문 때문에 아라라기 코요미가 하네카와 츠바사에게 히타기에 대해서 물어볼 때, 독자들은 그 대화에 주목하게 됩니다. 의문에 대한 힌트가 숨어있을 거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죠. 독백 뒤에 이 대화가 위치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굉장히 유기적이죠.
공통점 : 장소와 시간을 설명해주는 주어진 환경과 인물묘사는 플롯보다 뒷전이면서, 극적인 사건과 미스터리로 시작됩니다. 시작에서 등장인물이 규정되고, 등장인물이 원하는 바가 설명이 됩니다.
아주머니는 개를 구하려고 하고, 코요미는 히타기에 대해서 괴이에 대한 의심을 품어서 알아내려고 하죠. 이렇게 등장인물이 원하는 바가 나타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는지, 좌절되는지에 대해 궁금해지게 됩니다.
보통 미스테리 소설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플롯입니다만, 라이트노벨의 특성상 처음 시작글에서 흥미를 유도해야한다는 점에서 이를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 둘째 장면은 여자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전화벨이 울리면서 시작됩니다. 몹시 흥분한 수의사가 여자에게 집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치면서 위험의 요소가 느껴지죠. 독자는 직감적으로 숨이 막힌 도베르만이 그 위험과 연결되어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바케모노가타리를 살펴보죠.
하네카와와 대화를 마치고 교실을 나서자 마자, 코요미는 센죠가하라 히타기에 의해 위협받습니다. 스테이플러와 커터칼로 말이죠. 이는 위험이 닥쳐온 상황을 뜻하기도 하지만, 더욱 더 앞의 의문을 더 크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무게가 없는 것과 히타기의 행동이 연관되어있을 거란 사실에 미스테리를 느끼게 되는 거죠.
독자의 의문
'왜 갑자기 위협을 가할까?' = "왜 갑자기 집 밖으로 나가라고 할까?"
=긴박감이 더해지면서 동시에 또 다른 의문이 먼저 가지고 있던 의문과 맞물리게 됩니다.
공통점 : 위험한 상황을 통해 몰입도를 올립니다. 위험한 상황이 이렇게 초반에 위치하는 데도, 위화감이 없습니다. 좋은 플롯의 사례입니다. 게다가 이런 구성이면서 위기와 절정, 즉 클라이막스는 뒤에서 펼쳐지도록 유도합니다.
사건(위험)이 없으면 글이 지루해지기 마련입니다. 글의 처음 부분인 서론은 사건을 독자가 접하게 될 떄, 더욱 의문을 느끼게 되도록 하는 전초과정입니다.
*언제나 서론만 적으려 하지 말고, 사건을 먼저 쓴 뒤에 서론을 쓰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로 하여금 '어째서'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3.셋쨰 장면은 클라이막스와 결론입니다. 앞에서 느낀 의문이 모두 풀리는 단계입니다.
도베르만의 미스터리는 결국 경찰이 급하게 도착함으로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짐작하게 하면서 위기를 맞게 되고, 결국 도둑이 발견되고, 개의 목구멍에서 발견된 것이 손가락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절정으로 치닺게 됩니다.
바케모노가타리는 히타기의 과거 이야기와 오시노 메메의 도움으로 사태의 심각함을 독자에게 알리면서 위기를 이끌어냅니다. 또한 '게'에 대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절정으로 치닺습니다.
?바케모노가타리가 재미있는 이유는 이렇게 재미있는 플롯의 형식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니시오이신이라는 작가 특유의 만담 형식과 캐릭터성 등은 가미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반대로 만담과 캐릭터성을 위해서 플롯을 짜다보니 완성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식이던 맞는 방식입니다.
캐릭터성을 더 매력있게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그에 걸맞는 플롯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트노벨이 캐릭터성을 얼마나 중요시하던 간에, 어쨌거나 '노벨', '소설'입니다. 특히나 재미를 위해 읽는 경향이 두터운 장르이다보니 그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플롯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작성한 이 글은 정말로 '재미있는 플롯'의 한 예시일 뿐입니다. 너무 얽매이지 않는게 맞는 말이겠지요. 애초에 생각해보면, 니시오이신이라는 작가가 플롯에 대해서 공부하고 그에 대해서 맞춰서 소설을 썼다고 장담할 수도 없죠. 하지만 '플롯'에 대한 것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이 많습니다. 어쩌다보니 그런 비슷한 플롯이 되더라....하는 식으로 겹쳐지게 된다는 것이죠.
실제로 플롯은 서른여섯개 중에 열여덞개 정도가 현대소설에서 계속해서 쓰이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롯을 단 두개로 나눴지만)
그렇지만,
위의 이야기와 같이 비슷한 플롯이라고 하더라도 <숨이 막힌 도베르만>과 <바케모노가타리>가 같은 이야기로 보이시는 분은 없겠죠?
어떤 플롯이던지 똑같아지는 글 따위는 없습니다. 실제로 열여덞개의 플롯으로 설명이 가능한데도, 플롯의 수는 무궁무진하다고 하는 말이 정설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죠.
플롯을 공부하면 정해진 틀에 박혀버려서 안좋다고 오해하시는 분이 많습니다만, 실제로 공부 안하시고 쓰셔도 그 열여덞개의 플롯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이 보통이라고 합니다. 틀에 박힌다기 보다는, 공부한 플롯을 통해서 다채롭게 꾸며보면, 결국 틀에서 벗어난 쉽고도 자유로운 창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창작의 신비함이죠.
길고도 미천한 이 글을 읽어주신 분께 도움이 되었기를......
*)제가 바케모노가타리-히타기 크랩에 대해서 설명한 것은 플롯에 대해 배워 놓으면 이런 식의 분석이 가능하고, 이를 통한 창작의 영역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스토리를 짜는 걸 통 모르겠다싶으면 플롯을 공부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는 개인적인 의견이 아닙니다.